네덜란드 (2019.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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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은 여름이 건기이고 겨울이 우기이다. 즉, 여름에 화창하고 맑은 날이 많다. 그래서인지 여행을 시작하고 한 달 가까이 지나고 있는 시점에도 큰 비를 만난 적이 없다.
유럽에서는 가축들이 눈에 자주 띈다. 유럽 식탁에서 항상 빠지지 않는 치즈 및 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한 목장들이 곳곳에 있다. 한가롭게 풀밭을 거니고 있는 젖소들을 바라보고 있자면 비단 유럽 사람들의 여유롭고 넉넉한 생활을 부러워하는 게 사람 뿐만은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든다.
좁은 외양간에서 사는 우리나라의 소들에 비하면 유럽의 소들은 태어나자마자 금수저를 문거나 다름 없다. 다음 생에 젖소로 태어나야 한다면 꼭 유럽 젖소로 태어나자!
무릇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의 전통 음식을 먹어봐야 하는 법.
Haring은 청어를 잘 손질한 뒤, 소금과 식초 등에 절인 네덜란드 전통 음식이다. 중세 말부터 '서민의 스테이크'라 불리던 청어는 과연 현재도 가격이 매우 착했다. 게다가 30% 할인까지 받아 기쁨은 두 배!
바퀴벌레나 모기 빼고 감히 세상의 모든 재료를 다 먹을 수 있다고 자부하지만 (자전거 여행을 하는 현재는 더욱 더!) 나도 기호라는 게 있다. 비린내는 물론 살아있는 해파리를 씹는 듯한 물컹물컹한 식감까지 예상되는 이 녀석은 내 기호는 확실히 아니다.
사실 요 녀석을 어디서 찾아야 할 지 궁금해 하던 와중, 한 네덜란드 여자 아이가 "슈퍼마켓에 가면 있을 걸?" 이라고 친절히 알려 주었다.
있으면 있는 거지 "있을걸?" 이라고 말한 이유는 본인도 이 녀석이 꽤나 혐오스러워서 먹어본 적도 사 본 적도 없기 때문. 김치 안(못) 먹는 한국인, 낫토 안(못) 먹는 일본인처럼 전통 음식은 외면을 받기도 한다.
그랬는데... 이 녀석 기대 이상의 반전이 있었다! 대체적으로 물컹하긴 했지만 나름 고기 씹는 식감과 짭조름한 맛이 제법이다. 무엇보다 비린내가 거의 나지 않는다. 역시 뭐든지 직접 경험해봐야 실체를 알 수 있다.
무슨 영문인지 네덜란드에 와서 튤립 밭이나 풍차를 한 번도 보지 못 했다. 그나마 위의 사진이 내가 본 전부.
본의 아니게, 길 위에서 주인 없는 신사임당을 발견할 기적 같은 확률로 튤립 밭이나 풍차를 교묘하게 피하며 달려온 걸까? 아니면 서울에서 편의점 찾듯 네덜란드에서는 어디를 가든 꽃과 풍차를 쉽게 볼 수 있을 거라는 내 높은 기대치 때문인가? 어쩌면 무궁화가 국화인 우리나라에서 무궁화를 좀처럼 찾아볼 수 없듯, 튤립과 풍차는 다 허상일지도~
Mapsme 지도를 보면 네덜란드의 마을들은 온통 나무 표시가 가득하다. 즉, 주변에 공원이나 숲, 들판 등 녹색지대로 가득하다는 건데 자전거 여행을 하는 나에게 이건 단 하나의 의미로 다가온다.
녹색 = 캠핑장소!
평화롭고 고요한 공원에서 잔잔한 호수와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먹는 저녁은 정말이지.... 차갑고 형편 없다! '허기는 최고의 조미료' 라 했던가? 이 최고의 조미료가 아니었으면 진작에 손에 들고 있는 이 지겨운 식빵을 저 멀리 던져버렸을 게 분명하다.
내일부터는 마트에서 한국 인스턴트 라면이라도 찾아봐야지 이대로는 안 되겠다. 가뜩이나 날씨도 추워지는데 뜨겁고 맵고 짜고 자극적이고 건강에 매우 안 좋고 심지어 발암을 유발할 지도 모르는, 한국의 싼 맛이 간절히 그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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