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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 내가 여행을 하는 진짜 이유! (D+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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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릴 (2019. 09. 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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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 전체에 총 연장 100km가 넘는 풍물시장이 펼쳐지는, 유럽 최대 규모의 벼룩시장 축제(Braderie De Lille)가 있다길래 찾아온 프랑스 북동부에 위치한 '릴'. 인구 면에서 프랑스 제 3의 도시답게 굉장히 활기차면서 유럽 특유의 풍경을 잘 간직하고 있었다. 

 

 문제는... 이번 주말인 줄 알고 찾아왔더니 어머나!! 이번 주가 아니라 지난 주였다ㅠ.ㅠ 이런 쥔장.

 

 여하튼 정보화 시대를 맞아, 빠르고 정확한 정보 습득 능력이 너무나도 형편없는 나. 스마트폰도 쓸데없는 똥고집 부리다가 2017년에서야 처음으로 쓰게 되었다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이 난 이유는 한 번씩 이런 도시나 관광지에 들를 때마다 호스텔에 편히 묵으면서 맛나는 거 먹기로 계획했기 때문! 한 마디로 오늘은 돈 쓰는 날ㅋㅋ

 

 

 거리를 걷다 사람들의 긴 대기줄을 보고 발견한 가게. 알고보니 프랑스에서 꽤나 유명한 'Aux Merveilleux de Fred'라는 케이크 가게라는데. 닥치고 일단 Go~ 사진에 보이는 하얀 케이크와 검은 케이크 하나씩 사서 입안에 쏘옥!

 

 바게뜨처럼 겉은 바삭하면서 안은 부드러운, 생각보다 달지 않아서 더욱 좋은 이 녀석! 그저 혼자 먹기엔 너무 아깝다는 생각~    

 

 

 소심남의 떨리는 마음을 가다듬고 광장에 위치한 카페에 조심스레 입장. 꼬꼬맹이 시절 한자가 거칠게(?) 범람하던 신문을 바라보듯, 도무지 해독 불가능한 메뉴판을 들고 한동안 열심히 머리를 굴리다 결국 도출해 낸 한 마디.

 

 "Can I have a small glass of beer, please"

 "What kind of beer?"

 "(I have no idea) Anything!"

 

 지금 사진의 맥주 색깔로 판단하건데 밀맥주인 듯... 어쨌든 맥주 맛보다도 탁 트인 넓은 광장과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맛이 더 좋았던 유럽 첫 카페 방문기. 

  

 

 내게는 너무나도 신기하고 동시에 조금 웃기게 보인 코카콜라 티셔츠. 저게 설마 이 동네 히트 상품은 아니겠지? 그나저나 과연 프랑스 사람들에게 한글은 어떻게 보일까? 

 

 

 비가 주룩주룩 쏟아지는 와중에 한참을 서성이다 어렵게 들어간 프랑스 식당. 내 돈 내고 밥 먹는 일이 왜 이렇게 어렵게, 심지어는 두렵게 느껴지는 건지? 아마 여행을 하다보면 좋아지겠... 아니 얼굴에 두꺼운 철판이 깔리겠지?

 

 난생 처음 먹어본 프랑스의 달팽이 요리(에스카르고). 에스카르고를 먹는데는 다양한 방법이 있고 사실 집게 같은 걸로 꺼내 먹는 식의 요리를 주문하고 싶었지만 주문 과정의 어려움으로 패스~

 

 약간 발냄새(?) 비슷한 냄새가 나는 치즈와 함께 오븐에 구운 에스카르고. 맛은... 음... 글쎄... 그냥 커다란 골뱅이(?) 

 

 전식(에스카르고)-메인(소고기와 감자튀김 및 샐러드)-후식(기억 상실) + 빵 및 미니 프레첼(무한리필) + 레드와인 한 잔= 23유로.

 

 생각보다 맛은 별로였지만 한 번쯤 경험삼아 먹어본 것이기에 어쨌든 만족!  

 

 

 릴이 인상 깊었던 가장 큰 이유는 바로 '예스민' 덕분. 내게는 '알라딘'의 나오는 '자스민 공주'처럼 아름답고 매력적이었던 그녀! 

 

 릴을 떠나는 날, 셀프세탁방에서 우연히 그녀를 만나 서로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면서 한 시간 정도 대화를 나누었다. 그리고 세탁이 다 끝나고 서로 헤어지기 직전 아쉬운 마음에 용기를 내서 건넨 말.  

 

 "혹시 점심 같이 먹지 않을래?"

 

 영화 '비포어선라이즈'의 가장 인상 깊고 아름다운 장면은 비엔나에 도착한 기차에서 '제시'가 '셀린'에게 제안을 하는 장면.

 

 "정신나간 얘기지만 말 안하면 평생 후회할 거 같아서. 나와 함께 비엔나에서 내리지 않을래?"

 

 영화 속 '제시'처럼 간절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난생 처음으로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 유럽의 귀여운 여자애 앞에서 '제시'만큼 떨리고 조심스러웠던 나. 

 

 누구보다 쿨하고 착했던 '예스민'은 흔쾌히 Yes!라고 대답했고 나는 그녀와 함께 점심을 먹었지. 그리고 대학 초년생이었던 '예스민'의 자취집으로 놀러가 수다를 떠는 둥 반나절 정도를 정말로 잊지 못할 즐거운 시간을 보냈어.

 

 사실 파리를 떠난 후, 10일 정도 하루종일 혼자 자전거를 타며 내 예상이나 바램과는 달리 그 누구하고 말 한 마디 섞어보지 못 했던 나. 나 그동안 얼마나 외로웠는지 아니?ㅠ.ㅠ

 

 '예스민'은 따뜻한 포옹과 함께 마지막 작별 인사를 하면서 내게 물었지.

 

 "혹시 자전거 여행을 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어?"

 

 "사람을 만나기 위해서야. 너 같이 친절하고 좋은, 다양한 사람들과 만나면서 세상을 더 알고 이해하고 싶기 때문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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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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